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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3

날하봄의 연애

by 여돌북클럽 2022. 7. 1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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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일 / 프레드 / 비오고 흐림

 

1.

누군가를 의지하는 것은 나에게 낯선 감각이다. 느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부모에게조차 말이다. 물론 그동안 타인으로부터 셀 수 없는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을 의지하고 있다는 자각은 내 기억에 없었다. 그런 내가 난생 처음으로 그녀를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2.

지난 날과 다르지 않는 만남이었다. 두거리우신탕에서 전골을 먹고 애정하는 버드바이버드(새옆새) 카페를 갔다. 필터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간단한 맛평과 함께 대화가 시작된다. 연속성 없는 주제로 대화들이 넘나들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그녀의 의견과 생각을 궁금해한다. 그동안 내가 느낀 내밀한 감정의 일부를 캡슐에 담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녀에게 전달한다. 내 말에 반응하는 그녀를 곁눈질로 살핀다. 편안함을 느낀다. 말끔하게 화장된 얼굴과 정갈한 옷 매무새를 본다. 정신적인 세계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같은 공간에 있는 이 상태에서 안정을 경험한다. 아직 오지 않았지만 반드시 맞이하게 될 미래를 잠시 상상한다. 그녀여서 다행이라는 감각이 온 몸을 감싼다.

 

3.

점점 그녀에게 내 심신을 맡긴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아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말이 더 합당할 것이다. 마음의 묵은 찌꺼기가 하나씩 제거된다. 이는 솔직해짐과 동시에 취약해지는 것. 그렇게 난 그녀에게 의지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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