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애 같은 결혼만큼이나 결혼 같은 연애는 결코 쉽지 않았다. 연애는 결국 연애였다. 우리의 생활은 뚜렷한 경계가 그어져 있었고, 경계 너머의 상대의 생활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연애냐 옳냐, 결혼이 옳냐를 따지고자 함이 아니다. 결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니까. 사실 그래서 더욱 답답했고 외로웠다.
2.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을 약속했고, 그 약속 위에서 현재 연애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 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느냐에 있다. 물론 내부 혹은 외부의 문제로 서로의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 위태로울 수도 있다. 종종 그럴 수도 있고 자주 그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원한 사랑을 무엇으로 담보할 수 있을까? 기도로, 찬양으로, 고백으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모든 상황 속에서"라는 문구를 대입해 본다면, 모든 상황 속에서 어떻게 우리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
3.
"모든 상황 속에서"를 실제적인 사례로 풀어보자.
1. 지금보다 부모님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다면?
2. 끈질긴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일이 안 풀린다면? 그래서 경제적인 위기가 깊어진다면?
3. 상대가 금전적 문제, 관계의 문제(가족, 친구, 동료 등), 범죄의 문제, 성적인 문제 등에 연루된다면?
4. 상대가 내가 원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지속적으로 실수를 일으킨다면?
4.
이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향한 사랑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사실 이 질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만약 앞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면 "사랑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그 근거는?"이다. 그저 "사랑해"라는 말은 현 상태의 감정적 확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보다 더 근본적인 사랑의 근거, 즉 왜 사랑하는지를 우리는 서로에게 보여줘야 한다.
5.
수많은 사람들 중에 우린 왜 하필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성격이 좋아서? 돈이 많아서? 능력이 좋아서? 외모가 맘에 들어서? 신앙이 좋아서? 익숙해져서? 등등
우리가 사랑하는 이유는 위에 열거된 것들 중에 분명 답이 있다. 다른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결국 같은 카테고리일 뿐이다. 연애와 결혼의 전제인 사랑의 이유로 위의 답을 피해 갈 길이 우리에겐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저 중에 어떤 답이냐라기보다는 추가적으로 하나의 답을 더 도출해야 한다. 우린 복수의 답을 가져야 한다. 다른 카테고리의 것으로 말이다.
6.
위에 열거된 카테고리는 가변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 변한다. 돈도, 능력도, 외모도, 성격도, 가치관도 심지어 신앙도 어떤 식으로든 다 변한다. 여기엔 사랑도 예외라고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랑도 변한다. 그래서 우리는 변하지 않기 위해 지키는 방법과 함께 정반대로 때에 맞게 변하는 것 자체를 인정하는 2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택하곤 한다. 그러나 내겐 내 의지, 노력, 환경의 개입 등과 별개로 확실히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완전무결하며 본질적인 그 무엇이 있지 않는 이상, 극강의 가치인 '사랑'도 공허했다.
7.
나는 그 답을 '복음'에서 찾았다. 신기하게도 복음은 본질적으로 변함없음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새로웠다. 물론 온갖 다양한 이유로 시작된 인간적 사랑의 태동을 나는 존중한다. 그러나 '복음'이라는 반석 위에 세워지지 않은 사랑은 분명 변하다 못해 변질될 것이다. 종국엔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서로의 존재를 파괴하며 서서히 무너뜨릴 것이다. 히틀러의 조국을 향한 사랑은 파멸의 끝판왕을 불러왔고, 부모와 연인의 사랑이 파국을 불러온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지금 나의 관계도 돌아보자. 천태만상의 사랑이 존재한다. 모두 귀하고 소중하지만, 주고받는 그 사랑이 과연 순수한지와 함께 끝까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란 완전한 확신은 이제는 확언할 수 없을 것이다.
8.
여기까지 동의했다면, 이제 우리의 질문은 다음으로 넘어가야 한다.
"네가 말하는 복음이 대체 뭔데? 변하지 않는 그 복음이 도대체 뭐길래 그토록 복음적 사랑을 강조하는 건데?"로 말이다. 만약 우리가 이 질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이 질문에 고민의 시간을 쏟아붓지 않거나, 결국 이 질문에 부합한 대답을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간 우리의 사랑은 우리가 만나기 이전의 사랑과 하등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만약 지난 사랑과 지금의 사랑이 다를 바 없이 모두 소중하고 동질의 것이라고 한다면 나로서는 유감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전의 변했던 사랑과 본질적으로 다른 앞으로 변하지 않는 현재의 사랑에 대한 근거를 서로에게 보여줘야 할 책무가 있다.
9.
"모든 상황 속에서"의 변하지 않는, 영원한 그 숭고한 사랑을 진정 원한다면.
(난 그 숭고한 사랑을 원하고, 그녀와 함께 기필코 찾을 것이다.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길 바랄 뿐이다.)
22.07.13 (0) | 2022.07.13 |
---|---|
[린이] 천일동안🥳 기도문 (0) | 2021.06.30 |
[제이] 1,000일 기념 기도문 (2) | 2021.06.30 |
닭갈비의 이중성_J (1) | 2020.02.23 |
나를 따르라_J (0) | 2020.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