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코로나19 덕분에(?) 주말 내내 정말 집에서 편히 쉬었습니다.
어제 토요일에는 늦잠에 낮잠도 잤고, 늦은 저녁에 커피 한 잔이 너무 먹고 싶어 집 앞에 나온 것이 전부입니다. 본래 같았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고청 수련회를 진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오늘 주일에는 교회에서 코로나19 감염확산 예방 차원에서 11시 오전 예배만 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9시 중고등부 예배도, 3시 오후예배도 모두 취소되어 오전 예배만 드리고 곧바로 나왔습니다. 점심식사도 각 가정에서 해결하는 걸로 대체되었거든요. 감염 우려로 예배 후 교제는 말할 것도 없고, 신체적 접촉을 방지하고자 악수조차 삼가하는 분위더라구요. 모든 성도님들의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은 기본이었구요. 이렇게 모든 것이 위축되고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매주 축도 후 약 20~30초 정도 반주가 나오고, 그에 맞춰 기도를 하는데 왠지 모르게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무언가 아쉬워서 그런 것이었을까요? 그래서 반주가 마친 이후에도 조금 더 기도한거 기억하시죠? 솔직히 좀 더 주님과 교제하고 싶었는데 빠르게 마쳐야 했어요. 사방에서 분주하게 이동하는 발걸음, 문단속을 매우 잘하는 교회의 특성 등 남아서 기도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닌 것 같았어요. 더욱이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는데 저까지 괜한 걸로 피해 주면 안 되죠. 기도는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짧게나마 왠지 모를 씁쓸함이 교차했음은 부정할 수가 없네요. 3층 예배당을 나오는데 목사님이 쓰신 칼럼 인쇄물이 눈에 띄었어요. 혹시 오후에 이랑이를 만나게 되면 이 칼럼 내용을 가지고 나누면 좋을 것 같아 챙기게 됐어요. 칼럼 아니어도 나눌게 많긴 하지만 뭔가 같이 공통 자료를 보면 나눔이 더 풍성할 것 같아서요.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일까요. 칼럼이 3개 있었는데 하나만 챙겨도 될 것을 3개 모두 챙겨버렸네요. 그것도 각자 한 장씩. 개수로만 치면 총 6장이나 챙겼네요.
교회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데 간만에 날이 무척 화창했어요. 물론 코로나19 때문에 보통 때처럼 거리에 사람은 정말 많지 않았어요. 이 화창한 날씨를 독점하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요. 연락이 왔어요. 이랑이가 부모님의 걱정과 권유로 인해 집에서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렸고, 각자 집에서 쉬자고요. 아쉬웠지만 충분히 합리적이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돌아가는 그 길, 갑자기 늘어난 개인 가용시간으로 인해 그만큼의 여유로움이 생겨 좋으면서도 뭔가 허전한 마음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고, 대화도 하고, 여유롭게 밥도 먹고, 졸려서 잠도 자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있습니다. 주님 이렇게 이틀 푹 쉬면 몸과 마음이 평안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오히려 몸과 마음의 곤함을 느낍니다. 수련회도 하지 않았고, 예배도 단축되서 육체적, 감정적으로 에너지 소모가 거의 없었는데 왜 곤함을 느끼는 걸까요. 예전엔 기억에 남을 만한, 즉 에피소드가 있는 놀이가 없어서 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심지어 요즘은 그런 놀이나 재미를 즐겨도 곤함을 느낍니다. 왜 그런 걸까요. 주님 도대체 저는 왜 곤한 걸까요.
주님 어릴 땐 재미와 놀이면 만족했어요. 조금 뒤엔 성취와 보상이 주어지면 만족함이 넘쳤어요. 그리고 내가 잃더라도 다른 이에게 좋은 정보와 물질을 주고, 그 사람이 기쁨과 행복함을 느끼면 그에 비례해서 내 만족함도 최고조를 찍었어요. 그런데 이젠 이 세상에 그 어떤 것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이 생겼어요. 어떤 걸 한다 하더라도 그곳은 채워지지가 않아요. 지금에서 돌아보니 그 공간은 주님만 채울 수 있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던지 언제나 한 발 늦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완주해내지 못하며, 눈 앞에 유익만 탐했던 제가 어떻게 이렇게 변하게 되었을까요. 주님의 은혜임을 믿고 고백하지만, 가끔은 제 자신도 신기해요. 주님, 이렇게 이제 저는 주님 없으면, 주님 아니면 그 어떤 걸로도 채울 수가 없는 구멍이 생겨버렸답니다.
주님, 아시듯이 저는 주님과의 교제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영혼의 곤함을 느끼고 있어요. 그 곤함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죠? 이틀 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낍니다. 주님과의 인격적 교제가 없으면 세상의 그 어떤 지상낙원, 파라다이스도 나의 만족을 채워줄 수 없음을. 신자의 거룩함은 이렇게 곤함과 간절함을 경험한 자가 기꺼이, 그리고 종국엔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주님, 저는 아마 또 흔들리며, 어쩌면 오늘보다 더욱 깊은 곤함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하다 할지라도 주님 내 심중에 오셔서 발가벗은 나를 만나주세요. 내 손을 붙잡아 주세요. 과거의 아픔, 내일의 걱정 다 내려놓고 내 머리가 주님 무릎에 기대어 정말 편히 잘 수 있도록 인도해 주세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내 영혼의 곤함을 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 (시편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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